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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덧글 0 | 조회 86 | 2023-08-11 21:59:27
사공정남  
그래. 학창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어려운 문제 써놓고 갑자기 나와서 풀어보라고 했을 때? “쉽게 생각해. 그냥 딱 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아, 그거라면야 뭐. 귀엽다?” “맞아.” 진호의 입에서 귀엽다란 말이 들린 순간, 현우의 입이 찢어질 듯 귀에 걸렸다. 사실 그간 말이 안 나와서 그렇지, 현우의 아담한 신체 구조나 둥글둥글한 얼굴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딱 귀엽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말투나 행동 또한 마찬가지. “현우 형.” “어, 어?” “카메라 잡힐 때, 혹은 형 파트 독주 때, 형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잘하는 거 있잖아?” “잘하는 거? 아, 그럼 나 좀 오버해도 될까?” “얼마든지. 그리고 정진이.” “네, 넵!” “너도 형과 같은 파트야. 어차피 우린 투 일렉이니까. 같이 파트 갈 거니, 너도 너만의 액션을 취해 줬으면 하는데.” 태우의 말에 진호가 뭔가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맡겨 두세요! 저희 어스크 때도 정진이 만큼은 팬층이 두터웠거든요!” “혀, 형!” 진호의 말뜻을 깨달은 정진이 볼을 붉혔다. 얼티메이트에 귀여움 담당이 현우였다면, 어스크에서 그 담당자는 바로 정진. 둘은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현수가 푼수 같은 귀여움이 있다면, 정진은 막내의 귀여움 같은 풋풋함이 바로 그 개성. 더욱이 보이밴드 출신이기에 그것을 강조하라는 태우의 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호 형.” “뭐, 뭐! 난 안 해! 그런 거!” “아뇨. 형은 그냥 그대로 하세요. 단, 액션만 조금만 과하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액션을 과하게 하라고?” “네. 오버할 정도는 필요 없고, 남자다움을 살려 주세요. 뭐, 어차피 오늘 의상도 잘 어울리니까.” “무, 무슨!” 상호가 말은 퉁명스럽게 내뱉었지만, 내심 마음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럼이란 세션 자체가 원체 존재감이 덜한 게 사실. 그렇기에 세계 유명한 드러머들은 종종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보다 과장되게 표현하며 연주할 때가 있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예를 들면 스타베팅. 점잖은 듯하지만, 드럼 칠 때의 모습은 흡사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그것이었다. 천부적인 스윙 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스피드와 그에 맞는 정확한 타점 조절 등, 드러머로써 전설적인 인물임에 틀림 없었다. 더군다나 상호 본인은 잘 모르지만, 그가 연주할 때를 보면 스틱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팔 근육으로 튀어나온 힘줄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용마냥 꿈틀거리는데, 어떤 이들은 그것에 반해 그의 팬클럽이 됐을 정도. 그것이 오늘 그가 시스루를 입은 이유였다. “뭐, 오늘은 특히 팔에 힘 좀 더 줘도 좋고.” “내, 내가 그러려고 근육 키운 줄 알아!” “아니면 말고요. 나 같으면 지금까지 운동한 거 아까워서라도 그러겠다. 그리고 현수 형은…….” “뭐?” 태우의 말에 전원 현수를 쳐다봤다. 현수 형은……. 어 그러니까……. 모두가 침묵하던 그때. 정진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듯 소리쳤다. “과묵함! 아니, 시크함? 그래, 그건 어떨까요?” “시크?” “네! 차도남 컨셉 어때요? 그거라면 말 많이 할 필요도 없고, 특별한 제스처나 퍼포먼스도 딱히 필요 없고!” 차도남이라. 과연. 그것 또한 나쁘지 않겠지. 특별히 지금 여기서 뭘 더하거나 덜하지 않아도 되니,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럼 신태우 너랑 진호는? 너흰 뭘 할 건데?” 현우의 물음에 진호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부터 자신의 모티브는 태우 형이었기에. 한마디로 포지션이 겹쳤던 까닭이다. “진호는 지금까지 한대로만 해도 돼.” “그, 그러면 형이랑 이미지가 많이 겹칠 텐데……. 아니면 제가 좀 다른 이미지로 가볼까요?” “아니. 괜찮아.” 태우의 말에 진호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이는 이미 예전부터 예견됐던 일. 하나 이전 밴드 오브 코리아 시절엔 퍼포먼스보단 음악성에 보다 집중했던 터라, 크게 대두되지 않던 문제였다. 하나 방송 데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이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본 게 사실. 태우와는 다른 이미지를 가꾸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애당초. 너는 너고 나는 나야. 비록 네가 날 모티브 삼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내 모습일 뿐. 그리고 사실 뭐 비슷하지도 않더만?” “맞아요! 진호 형은 형대로의 멋이 있고 태우 형은 대로 멋있다고 할까?” 태우의 말을 정진이 거들며 말했다. 사실 이는 이곳에 있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일. 비록 진호가 태우와 비슷한 면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컬로서의 비슷함일 뿐, 보이는 외모를 비롯해 풍기는 이미지 역시 달랐다. 정제되지 않은 원석 같은 느낌이 정진이라면, 태우는 차가워 보이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이미지. 이것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자, 다들 이해했죠?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할게요. 아이돌이건 뭐건 내 알 바 아니고. 우리 무대 할 땐 우리만 바라보게 해야지? 안 그렇습니까?” 태우의 말에 일동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의 경우는 지기 싫다는 질투와 호승심. 상호의 경우는 팀을 돋보이게 하겠다는 의지. 진호나 정진의 경우는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현수의 경우는…… 패스. 마지막 태우의 경우는 바로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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